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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역사비평

제목

역사비평 통권 145호 / 2023 겨울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3.12.28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252
내용



홍범도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 육사의 홍범도 흉상 철거 시도에 대한 역사가의 비판

세계 곳곳에서 극단적이고 퇴행적인 정치가 대중의 불만, 혐오, 욕망을 자극하며 계속 확산하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홍범도’를 둘러싼 난데없는 이념 공세도 그중 하나다. 하지만 공세의 강도만 컸지, 관련 사료 비판 및 사실 확인은 부실하고 논리도 단순하다. 홍범도는 ‘빨치산’이고 ‘소련공산당원’이니까 곧 공산주의자이며, 공산주의자의 흉상을 육사 내에 둘 수는 없다는 수준이다. 여론이 안 좋은 상태에서 전문가들까지 반발하자 홍범도 흉상 철거는 잠시 보류됐다. 그러나 언제든 이를 다시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덕분에 우리는 홍범도, 봉오동전투, 자유시참변 등에 대해 다시 공부할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논란의 뜨거움이나 심각성에 비해 이 문제를 제대로 이해할 만한 참고 자료는 많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임경석의 글 「홍범도의 독립운동을 어떻게 볼 것인가」는 아직 진행 중인 홍범도를 둘러싼 논란을 이해하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된다. 이 논란의 발생 배경은 물론, 핵심 쟁점이라 할 수 있는 홍범도의 빨치산 여부, 자유시참변 관련, 소련공산당 가입 등에 대해 그 역사적 실체와 맥락, 의미를 잘 알려준다.

냉전에 대한 새로운 시각, 새로운 연구
― 신냉전사 연구 지형과 사례들

이번 호『역사비평』의 ‘특집’은 새로운 경향의 냉전사 연구 지형을 점검하고 그 구체적인 사례들을 제시한 3편의 논문으로 구성했다. 김동혁은 1950년대 이후 소련과 서방 국가들 사이 석유·가스 분야 교류관계의 변화 과정을 분석함으로써 냉전 초기부터 소련과 서방 사이에 대립적 관계 이면의 데탕트적 요소가 상존해왔음을 밝혔다. 김세주는 냉전기 미국에서 이루어진 정치와 종교의 교차, 즉 냉전과 성전의 결합에 주목하면서 냉전 초기 시민종교의 속성을 보였던 냉전의 성전화가 점차 복음주의적 색채를 띠게 된 양상을 살폈다. 김일년은 미국 민주당 출신 정치인이자 외교관이었던 체스터 볼즈의 이상주의적 아시아 질서 구상을 통해 ‘두 개의 중국’이라는 개념의 역사적 기원과 그 의미를 탐구했다.
이 논문들은 새로운 냉전사 연구의 중요 특징들, 곧 중층적이고 복합적인 트랜스내셔널한 현상에 대한 주목, 서로 다른 영역들의 교차 지점과 그 성격에 대한 주목, 그리고 제3세계의 주체성과 역할에 대한 주목 및 미국의 국내정치와 1950~60년대 미중관계에 대한 주목을 각각 잘 보여준다.

관동대지진·관동대학살 100주년
― 학살의 기억을 역사화하는 학문의 책임

올해 2023년은 관동대지진·관동대학살이 발생한 지 100년이 되는 해였다. 이 사건은 애초 거대한 자연재해였지만, 이어진 대규모 학살은 당대의 모순을 폭력적으로 드러냈다. 사건 발생 100년이 지난 오늘, 100년 전의 모순이 해결되기는커녕 사건 자체에 대한 무지 속에서 역사 왜곡이 계속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에『역사비평』은 관동대지진, 관동대학살 100년을 학술적으로 다시 기억하기 위해 2편의 논문을 기획하였다.
김강산은 이 사건의 유언비어 발생원, 학살의 원인과 성격, 피학살자 수 등을 둘러싼 학술적 쟁점들을 소개하면서 현재까지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각 쟁점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제시했다. 정영환은 관동대지진 당시 학살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소위 ‘학살 부정론’에서 주요 근거로 제시하는 저작『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의 진실』을 비판적으로 검증하여, 이 책이 영국 외교문서 등 사료의 인용과 해석, 비판에서 심각한 결함을 지니고 있음을 밝혔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먹거리의 생태 순환을 위한 새로운 모색
― 동아시아 농어업과 사회-생태 물질대사

이 기획은 물질적, 생태적 한계로 지구의 구성원 모두가 근대적 풍요를 누릴 수 없다는 점이 분명해지고 그동안 추구되었던 ‘개발’ 혹은 ‘발전’이라는 관념이 더 거센 비판을 받게 된 오늘날, ‘근대 이후’에 대한 고민 속에서 그동안 ‘근대’가 비가시화하고 평가절하한 동아시아의 농어업과 먹거리 문제를 다시 들여다보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먼저 원주영은 1970년대 정부의 내수면 개발을 중심으로 실제 담수어를 댐과 같은 인공적인 공간에 ‘이식’하는 작업에 주목하고 이 시기의 개발 정책이 자연보존 운동과 결합하는 과정을 살펴봤다. 이승아는 1958~1962년 중국 대약진 당시 발생한 대기근의 지역적 편차와 관련하여 식량 운송 문제를 염두에 두고 대약진 이전까지 형성되었던 농촌 식량수매와 유통 제도를 고찰했다. 끝으로 이종식은 비효율과 비생산성의 극치로 지탄받았던 중국 인민공사 체제 속에서도 양적 재생산에 성공했던 주체들, 특히 쌀겨, 땅콩껍질, 잡초, 소와 돼지와 그들의 똥오줌, 민물고기 등의 비(非)인민 존재까지 주목하여, 인민들과 이러한 각양각색의 비인민들이 인민공사 내에서 하나의 에너지 순환을 이루고 있었음을 보여줬다.



[특별기고] · 홍범도의 독립운동을 어떻게 볼 것인가 / 임경석


[특집] 신냉전사 연구 지형과 사례들
· 냉전 시기 소련과 서방의 석유·가스 교역과 장기 데탕트 / 김동혁
· 냉전과 성전―2차 대전 이후 미국에서의 보수주의와 복음주의의 만남 / 김세주
· 두 개의 중국의 지적 기원―냉전 초기 한 진보적 미국인이 인도에서 깨달은 것 / 김일년


[기획 1] 100년 뒤 다시 보는 관동대지진·관동대학살
· 1923년 관동대학살을 둘러싼 쟁점과 과제 / 김강산
· 관동대지진 시의 조선인 학살 부정론 비판―구도 미요코의 영국 외교문서 해석을 중심으로 / 정영환


[기획 2] 20세기 동아시아 농어업과 사회-생태 물질대사 ②
· 환경을 위한 개발?―1970년대 내수면 개발과 한국자연보존협회의 자연보존 운동 / 원주영
· 대기근의 제도적 기원―국가의 식량 기획과 ‘합리적’ 유통의 실현 / 이승아
· 코뮨은 무엇으로 사는가?―1950년대 중국 광시 지역 농촌 공동체의 물질대사 / 이종식


[연재기획] 현대 중국의 공간과 이동 ⑥
· 대약진(大躍進)과 대정간(大精簡) / 박철현


[장기연재] 세종시대의 재조명 ⑦
· 조선 초기 경제사 연구와 그 역사상에 대한 비판적 검토 / 소순규


[역비논단] 

· 한국 근대사 이해의 글로벌한 전환과 식민주의 비판―기후변동과 역사 연구의 새로운 방향 모색 / 배항섭
· 1914년 「행정집행령」 제1조와 예비검속 / 장신
· 영국의 카이로회담 인식과 카이로선언 한국 조항에 미친 영향 / 정병준


[서평] 

· ‘내부난민(IDPs)’의 확장과 ‘외부난민(refugees)’의 가시화─미래의 갯벌을 기다리며 (김아람, 『난민, 경계의 삶』, 역사비평사, 2023) / 신지영
· 재일조선인들의 꿋꿋하고 힘찬 삶에 보내는 작은 응원 (김광식, 『파친코의 역사민속지―드라마만으로는 알 수 없는 재일 한국인들의 이야기』, 민속원, 2023) / 심희찬
· 루소는 민주주의를 두려워했는가? (김민철, 『누가 민주주의를 두려워하는가─지성사로 보는 민주주의 혐오의 역사』, 창비, 2023) / 신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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